장거리 출퇴근러

하루에 몇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를 통근해야 하는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나는 초중학교를 아파트 단지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이전에는 엄마 없이 버스를 타고 외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동네 아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길 건너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멀지 않은 거리에서 아버지의 차를 몰고 다니고 있어서 다른 동네도 우리 동네지만 집 밖에는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뜻하지 않게 버스를 타고 30분을 탔는데, 그게 생애 첫 장거리 여행이었다.

대학생 때 인턴십을 시작했을 때 홍대와 강남을 처음 가봤는데 긴 여정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1시간 30분을 돌아다녔지만 그때는 젊고 겁이 없었고 현장직인줄알았는데 대형건설회사의 간판에 끼어 지원을 했고 무더운 여름날 2009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야근은 안했지만 저녁먹은 날은 4만원정도 택시타고 다시 길을 나섰고 새벽에 운전해서 돌아왔습니다.


뉴스에서 본 지옥의 시간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을버스가 시간당 몇 대밖에 운행되지 않아 놓치고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다시 전공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고, 다음 출퇴근은 명동이었는데 2년 동안 안 지각하고 대신 1시간 30분을 갔다가 돌아왔다.

그는 종종 잔업을 했지만 막차가 멈출 때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 시절 이미 근처 아파트에 살 생각을 접고 지금처럼 넷플릭스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 탓인지 헤드폰 하나만 끼고 음악을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러다 직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5호선에 살면서 직통접근이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재작년에는 집이 멀리 시흥에 있었고, 다시 서울을 벗어나 장거리 출퇴근이 되었다.

지금은 6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합니다.

회사원으로서 더 이상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찍 퇴근하고 일찍 돌아와서 이사만큼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갑니다.

누군가는 시간낭비라고 하고 누군가는 피곤해서 그만둔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살던 동네와 즐겨 찾았던 한강공원을 매일 지나간다.

내가 잘하는 건 그것뿐이니까 하지마.

지하철에서 하루 3시간 박수치기